경향신문/2007년 11월 29일/배명재기자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갯벌에서는 썰물 때마다 8km가량 바닷물이 빠져 나가 낙지와 쭈꾸미·바지락·새꼬막·피조개·키조개 등이 잡히고 있다.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과 너른 들판, 바다가 펼쳐져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다. 율산은 뒷산에 밤이 많아 붙여졌다. 율산마을은 82가구, 170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어촌이지만 안양면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썰물 때면 8㎞가량 빠지는 갯벌과 넓은 들판을 터전으로 생활한다. 큰 벌이는 ‘먹을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득량만(得粮灣) 갯벌. 갯벌에서 초겨울부터 잡히는 낙지는 명물이다. 맨손으로 직접 잡거나 물이 들 때 통발을 놓아 건져올리기도 한다.

뭍에 오염원이 없고 차진 뻘을 먹으며 자라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이 곳 낙지를 ‘참낙지’라고도 부른다. 봄엔 쭈구미가 별미다.

가장 목 좋은 곳에 조성된 양식장 90ha에서는 일년내내 바지락·새꼬막·피조개·키조개를 수확한다. ‘명품 어패류’여서 날개돋친듯 팔려나간다. 어선 25척이 철마다 잡아내는 전어·장어·농어·돔 등 토실한 고기도 상품으로 평가된다. 이 마을은 최근 ‘관광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 뜨고 질 때 연출되는 운치있는 갯벌풍광이 밑천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율산마을을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마을에는 이 고장 출신인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문학공원’이 조성돼 있다. 1996년부터 이 마을에 ‘화산토굴’을 짓고 글을 쓰고 있는 한승원 선생의 시·소설·수필 가운데 명문을 골라 시비에 새겨 놓았다.

소나무·동백나무·아카시아 숲이 우거진 산책로 600m에 시비 30개가 세워졌고, 글을 쓸 수 있는 벤치와 책상도 마련돼 있다. 한씨가 직접 나와 강의를 하기도 해 봄·여름·가을철엔 문학동호인이 몰려온다.

오는 봄부터는 ‘갯벌체험 학습장’도 운영한다. 그동안 양식장 피해를 우려해 운영을 미뤄왔으나 고운 모래와 뻘을 활용해 주민 소득을 올리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안양면 소재지에서 율산마을 앞바다 국도 18호선을 따라 10㎞ 길에 줄지어 선 종려나무도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눈요깃거리다.

근방에 볼거리도 많다. 천관산은 산 정상에 2㎞가량 펼쳐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천관산처럼 경치좋은 크고작은 산 10개가 바다를 배경으로 솟아있다.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정남진(正南津·관산읍 신동마을)도 강원 정동진 못지않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장흥|〉





양식기술 전수 뒤 채취량 두 배로 늘어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장흥해양수산사무소 박형윤소장


“좀더 일찍 돕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하죠.”

율산어촌계를 후원하고 있는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장흥해양수산사무소 박형윤 소장(54. 사진)은“작은 도움으로 마을에 활기가 넘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흥사무소가 이 마을과 자매결연한 것은 2005년 11월. 고향인 장흥으로 발령받은 박 소장은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선 ‘패류 양식’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을 폈다. 바지락·고막·키조개·피조개 등 패류별로 담당지도사를 지정하고 양식장 환경관리, 해충(海蟲) 제거, 종묘 뿌리기 등에 전문적인 기술을 전수했다. 사업 1년만에 20t에 불과하던 바지락 채취량을 2배로 늘었다. 연간 소득도 2억여원을 추가로 얻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도움이 이어지면서 이 마을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우수 어촌계’로 꼽혀 지난해 2억원, 올해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직원들은 주말마다 교대로 마을을 찾아, 갯벌과 바닷가를 청소하고 있다. 넓은 갯벌에 밀려온 쓰레기, 그물, 스티로폼 등 온갖 잡동산이를 치우는데 하루를 보낸다. 박 소장은 “양식장 소득 증가와 마을 관광 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겠다”고 말했다.

▲ 율산마을 가는 길

광주와 목포에서 승용차로 50~60분 거리다. 장흥읍으로 진입한 뒤 국도 18번을 타고 20분정도 동남쪽으로 가면 된다. 바닷가에 닿을 무렵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여닫이 해변, 오른쪽으로 가면 수문리 해수욕장이다. 순천에서는 보성 녹차밭을 지나 해안도로를 타면 된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