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7.10.05 / 이돈삼 기자




억새 물결이 바람에 출렁이고 있는 장흥 천관산.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무리지어 온 산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이돈삼

가을철 억새는 전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다도해 풍광과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남도땅 천관산은 단연 억새 여행지의 으뜸으로 꼽힌다.

천관산(天冠山)은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있는 높이 723m의 바위산.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고 능선 위로는 기암괴석이 자연조형물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부처바위 등 이름난 바위들도 제각기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산에 오르면 남해안 다도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다도해의 쪽빛 바다와 오롱조롱한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내려다보일 정도로 전망이 탁월하다.

산 위쪽으로는 기암괴석과 암봉 사이에 시원스런 초원지대가 형성돼 있는데,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4㎞에 이르는 이곳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억새군락지이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천관산은 지금 '억새천지'다. 그 억새가 다도해 풍광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 이돈삼

다도해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하며 군무를 춘다. 바람결에 너울거리는 억새밭이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빛 바다처럼 눈이 부시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햇살이 엷게 비칠 때 바람 따라 서걱서걱 울어대는 모습은 금세 가을산의 정취와 여유로움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이 억새는 햇살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하얀색이나 잿빛을 띤다. 가장 아름다운 흰색은 태양과 억새의 각도가 45도를 밑돌거나 역광을 받을 때다. 하여 억새는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바라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9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한 천관산 억새는 지금 현재 90%가량 피어있다.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절정을 이뤄 오는 20일께까지 향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7일에는 전국의 산악인들과 탐방객들이 참여하는 산상축제인 천관산 억새제가 열린다. 연대봉에서 억새제례, 우리가락놀이마당, 판소리마당, 억새아가씨 선발 등으로 진행된다. 6일엔 대덕중학교 운동장에서 노래자랑, 불꽃놀이 등으로 전야제가 펼쳐진다.



천관산 억새는 지금 현재 90% 정도 피어있다. 이곳 억새는 이번 주말부터 20일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엄길섭

천관산 정상 연대봉에서 닭봉이나 불영봉, 환희대 등을 거쳐 대덕읍 탑산사로 내려오면 천관산문학공원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문학공원인데 이청준, 한승원 등 국내 유명문인 54명의 육필원고가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주민들이 쌓아올린 600여개의 돌탑도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덧붙이는 글 | ☞ 천관산 찾아가는 길

가을 천관산행은 장천재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장흥읍에서 관산행 직행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30분. 관산읍에서 천관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장흥읍에서 23번국도를 타고 직진하다가 관산읍을 우측에 안고 바로 지나면 삼거리에 ‘도립공원 천관산’ 표지석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천관산 등산로인 장천재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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