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경제 | 2007.07.09 (월)

“한우 고기 사려면 줄 서세요”

전남 장흥군 장흥읍 정남진 토요시장 개장 2주년을 맞은 7일 시장 내 한우 직판장은 값싸고 품질 좋은 쇠고기를 사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장흥=정승호 기자

《“어이 아짐(아주머니), 싱싱한 도라지 맛 좀 보고 가랑께.” 7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 목에 ‘오산댁’이란 이름표를 건 김막례(70) 할머니가 다듬던 도라지를 들어 보였다. 할머니는 “밭에서 직접 키운 도라지”라며 “중국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향이 좋다”고 자랑했다. 전남 장흥에서는 2, 7일 열리는 5일장 외에도 토요일마다 장이 선다. 토요시장 최고 명물은 특산품을 팔러 나오는 이 고장 할머니들. ‘오산댁’ ‘해남댁’ ‘벌교댁’ 같은 택호와 사는 마을, 실명을 적은 이름표가 눈길을 끈다. 자발적인 ‘생산자 실명제’인 셈이다. 장흥군은 토요시장을 알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토요일 하루 교통비로 1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 시골 재래시장의 성공 모델

전국의 시골시장이 영업 부진으로 쇠퇴의 길을 걷지만 장흥읍 시장은 토요일만 되면 전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5일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인 생활 패턴에 맞춰 토요일마다 장을 열고 시골 장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풍물시장으로 꾸민 덕분이다.

장흥군과 시장 상인회는 이날 토요시장 개장 2주년을 맞아 흥겨운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장흥읍 재래시장은 예전에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홍어시장, 함평군 학다리 우시장과 함께 전남의 ‘3대 시장’으로 꼽혔다. 여수에서 장흥 수문항까지 생활필수품과 쌀을 실은 배가 오가면서 1960년대까지 공산물과 농산물 교환시장으로 번성했다.

그러나 농촌인구가 줄고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장흥 재래시장은 시골장으로 전락했고 5일장과 난전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시장 부흥을 위해 장흥군과 시장 상인들은 손을 맞잡았다.

군은 재래시장을 헐고 1만4564m² 터에 윈도 매장, 아케이드 천장, 주차장, 화장실을 갖춘 시장을 새로 지었다. 시장 안에 각설이타령과 줄타기 등을 펼치는 상설공연장을 만들고 표고버섯, 안양감자 등 특산품을 싸게 파는 코너를 개설했다.

탐진 강변에서 줄배타기, 민물고기 잡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광주 등 인근 대도시 아파트에 버스를 보내 주부들이 관광을 하면서 시장에 들르게 만들었다.

유복수(55) 상인회장은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외지에서 평균 3000여 명이 찾는다”며 “전국 시장 상인들과 공무원의 견학이 줄을 잇고 유명 여행사 관광 상품이 될 정도로 성공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 값싸고 품질 좋은 한우판매장 대박

이날 시장 내 한우고기 판매장 4곳은 쇠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장흥군은 사육하는 한우가 3만4000여 마리로 전남 22개 시군(총 35만여 마리) 중 가장 많다. 이런 점에 착안해 군은 한우를 저렴하게 파는 직판장 4곳을 시장에 개설했다.

시중에서 팔리는 한우 쇠고기 가격의 20∼30% 수준인 저렴한 가격 때문에 토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600∼700kg짜리 한우가 10∼13마리 팔린다.

박형준(45·경남 거제시 신현읍) 씨는 “계모임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횡재한 느낌”이라며 “시장에서 구입한 고기를 근처 식당에 가져가 쇠고기, 키조개, 표고버섯 등 일명 ‘장흥삼합’으로 구워먹는 맛도 일품”이라고 말했다.
장흥=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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