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2007/07/12/ 마동욱기자





▲ 장흥두부공장에서 부부가 만든 장흥 두부가 찬물에 들어가 식게 된다. 열을 빨리 식히지 않으면 두부는 여름철에 금방 상하게 된다고 한다.

▲ 미국에서 수입된 콩을 물에 담그고 있는 김경전씨 부부. 여름철엔 5-~시간을 물에 담그지만 겨울철엔 10시간 이상을 물에 담궈야 두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 6시간 동안 물에 담궜던 콩을 물속에서 건져내어 분쇄기에 넣어 콩을 간다




▲ 장흥군 용산면 접정리에서 부부가 재배하고 있는 콩밭. 콩을 물에 담궈놓고 다녀 오자며 안내를 했다. 윤정순씨 친정집이 접정이라 접정에서 콩을 재배하고 친정엄마가 콩을 아기 돌보듯이 잘 보살펴 좋은 콩이 된다고 한다. 알고보니 김경전씨는 순전히 아내덕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옛날 처음 두부를 만들 때는 큰 맷돌로 콩을 갈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사람도 그만큼 많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기계가 짧은 시간에 어려운 일들을 쉽게 처리해주기에 두부 만드는 일이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그의 아내는 남편의 도움이 없어도 두부는 잘 만들어진다고 큰 소리를 쳤다.


▲ 윤정순씨는 분쇄기에 갈았던 콩물이 진공솥에서 잘 끓여져 나오면 통에 담아 잘 저어야 두부간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은 남편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한다. 오직 기사인 자신만이 이 작업을 잘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친다. 그녀의 손 움직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두부가 응고가 잘 되기 위해서는 황산 칼슘을 적당한 양으로 비율을 맞추어야 두부가 제대로 응고된다고 한다.




▲ 응고가 되고 있는 콩물을 두부틀에 붓고 있는 김경전씨.

"일만 시키먼 사고를 친당께, 그랑께 당신은 바깥에서 큰일을 해야 제, 공장은 안 된당께, 당신이 없어야 일이 잘 된디, 그래도 둘이 해븐께 빠르긴 빠르네."
두부를 만들기 위해 분쇄기에 콩을 넣고 있는 윤정순(54)씨가 그의 남편 김경전(60)씨에게 핀잔을 주고 있다.
"여그서는 내가 왕 이제, 남편은 내 조수랑께, 배우긴 남편에게 배웠는디, 남편은 큰일만 해주고, 이라고 두부 만드는 작업은 내가 다 하제."
지난 6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월평리 농촌 마을에서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전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두부공장을 찾아갔다. 이때 김씨와 그의 아내가 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수입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

그는 30년을 넘게 지금의 장흥두부를 만들고 있다. 20년 전엔 중국산 콩도 사용했지만 미국산 콩이 수입이 되면서 품질이 중국산 콩에 비해 많은 차이가 나 지금은 미국에서 수입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있다. 국내산 콩을 사용하는 두부는 주문을 받아 만든다고 한다.
대형 할인매장과 백화점 등에서는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가 친환경 손두부라는 이름으로 높은 가격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지만, 식품점과 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입산 콩으로 만든 두부가 가장 잘 팔리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수입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선호한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한 모에 2∼3천원)에 비해 수입산 콩으로 만든 두부(700원)가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는 장흥읍 남외리에서 아버지가 운영했던 두부공장에서 일을 배웠고, 당연히 아버지의 일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여 지금은 그의 아내와 함께 두부공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벼농사와 콩 농사를 짓고 있다.
농촌 마을인 장흥읍 월평리로 이사를 온 것도 벌써 30년(1978년) 전이다.
"남외리에서 아버지가 두부를 만들 때 아버지에게서 배웠지라, 그땐 두부 만든 방법이 어찌나 힘들고 까다로운지 참말로 힘들었지라. 콩 6∼7 가마니를 하루 왠종일 물에 담구었다가 새벽 2∼3시경 두부를 만들기 시작 했는디, 아무나 못 하지라. 그땐 모든 일이 순전히 사람 손으로 직접 했고, 밤을 꼬박 새면서 일을 하고 새벽 일찍 배달을 나가야 했었다."
김경전씨는 두부 만드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며 두부를 만들 때 겪는 힘든 일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작업이 현대화가 되어 일도 예전에 비해 무척 쉬워지고, 아내와 단둘이서 작업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단지 새벽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과 두부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예전에 비해 너무 작아져 하루 60kg 두 가마니 정도만을 수요에 따라 만들어 공급을 하기에 수익이 그만큼 떨어졌다고 한다.
김경전-윤정순씨가 만든 두부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참 어렵게 시동생들 학비를 대고 자식들 가르쳤는디, 인자 그것이 참 보람 이란께요, 시동생들이 형수밖에 몰라 주말마다 찾아 온디, 인자 일도 재밌고, 좋지라."
그의 아내는 두부를 만드는 일이 이제 큰 즐거움이라며 동생들 자랑을 했다.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김경전씨와 윤정순씨 부부를 보면서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두부 만드는 행복한 모습에서 부부가 만든 두부의 맛이 더욱 감칠 나고 고소하게 느껴진 것은 두부를 만드는 힘든 과정에서 윤씨의 볼에 떠나지 않은 웃음이었다. 남편을 타박하거나 남편을 추겨 세워주는 그녀의 남편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넘쳐나고 있었다.

김경전씨는 "수입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 수밖에 없다"며 수입산 콩을 설명해주었다.
"두부공장들이 연합회를 만들어 갔고, 콩을 수입한 거라, 수입 콩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당께요. 요즈음 콩을 유전자 조작을 했다고 수입한 콩을 모두 유전자 조작 콩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는 디, 사실 우리 '연 식품 조합'에서 식품 전문가 교수진의 검증을 거쳐 수입을 하고 수입산 콩이 들어올 때마다 인증서가 함께 첨부되어 온 당께요.
국내산 콩으로 만든 콩은 두부가 조금 더 부드럽고, 아무래도 우리의 전통 맛이 나지라. 하지만 국내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도 두부를 만들 때 시간을 잘못 맞추거나 온도를 잘못 조절하였을 때 수입콩과 국내산 콩의 차이를 잘 모르지라.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까다로운 조건과 환경들이 가장 큰 차이지라, 또한 가격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난께 경쟁력에서 많이 떨어진당께요."

수입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조금은 더 단단하지만 그것 역시 온도와 시간에서 그 차이가 달라지기에 두부를 만든 전문가도 사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것인지, 수입산 콩으로 만든 것인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두부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국내산 콩보다 수입산 콩을 더 선호할 것이다. 수입산 콩이 국내산 콩에 비해 품질에서도 차이가 없으며, 국내산 콩은 이물질과 콩의 선별이 잘 안 되고 수요도 그만큼 넉넉하지 못하다. 또 콩의 가격도 수입 산은 국내산 콩의 절반 가격이다.
직접 재배한 콩 차츰 늘려 국내산 콩으로 두부 만들 것

그는 7남매의 큰아들이다. 평생 그는 두부를 만들어 동생들과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가족을 부양했다. 그가 농사만을 지었다면 7남매의 맏이로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내거나 자식들을 대학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부부가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의 뜻을 따라준 아내의 몫이다. 그는 도시에 나가 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재배한 쌀을 먹이기 위해 쌀 농사도 35만6000㎠(1만평)을 짓고 있다. 또 주문으로 생산하는 국내산 콩을 이용한 두부를 생산하기 위해 28만0000㎠(8천평)의 논에 콩을 재배하고 있다.
"아버지가 두부공장을 하면서 두 번에 거쳐 농협 조합장에 출마를 했고, 한번 당선되어 조합장을 역임했으며, 저도 조합장에 출마를 하여 당선되기도 했는디, 농협이 합병되면서 1년만에 조합장을 그만두게 되었지라."
한미FTA 개방으로 불안한 농업의 미래,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한 완제품으로 가공이 되어 우리 지역에서 판매가 된다면 농업의 어려운 여건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 같다.
장흥 두부 공장에서는 수입산 콩을 주로 사용하지만 김경전씨는 콩의 재배를 차츰 늘려나가 자신이 직접 재배한 국내산 콩으로 두부를 더 만들어 소비자가 더욱 안심하고 두부를 먹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 신문인 장흥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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