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면 수문리 어가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력의 키를 쥐고 있는 ‘장흥 키조개’가 제철을 맞았으나 대일수출 길이 막히고 가격이 폭락하고 시장에서 서해안산이 수문산으로 둔갑하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최악의 조건으로 일대위기를 맞고 있으나, 군 당국 역시 속수무책이어서, 위기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흥 키조개의 위기는 일차적으로 대일수출 중단과 가격폭락. 이는 최근 엔화가치 하락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대일수출 길이 막히고 이에 따라 키조개가 일제히 국내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키조개의 제일 주산지는 안양면 수문리. 특히 수문리와 고흥, 보성, 여수 등지에서 키조개 양식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 전 지역에서 수문리 양식 키조개가 차지하는 비율은 60-70%에 이른다. 남해안 양식 키조개와 서해안의 바다 속에서 채취한 키조개는 양질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남해안 양식 키조개는 갯벌 속 5∼6m에서 자라고 손으로 직접 체취하기 때문에 맛이 매우 진하고 육질도 부드럽고 쫀득하며 키조개를 탕으로 끓였을 때 국물이 우윳빛처럼 뽀얗고 국물의 맛 구수하고 진하며 영양분이 매우 풍부하다. 그러나 서해안산 키조개는 수심 15∼20m의 깊은 모래밭에서 자라 영양면에서 수문산에 미치지 못하고 깔꾸리를 이용해 채취해 패각이 깨지거나 쪼개져나가거나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가 많아 품질면에서도 수문산과 크게 비교가 된다.

해서 시장에서 수문산과 서해안산은 가격에서도 거의 절반 가량이나 차이가 날 정도이다.

즉 수문산 키조개의 소비자 가격이 1미당 1500원 수준이나 서해안산 키조개는 수문산의 절반 수준인 1미당 700∼800원선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시 등 전국 대도시는 물론 장흥 시장에서마저 어물전등이 '수문산(득량만 산) 키조개'라는 풀래카드를 내걸고 서해안산 키조개를 수문산으로 속여 1미당 700∼8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가격이 절반 이상이나 비싼 수문산은 시장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러한 사정에서 수문리 어민들은 서해안산 가격만큼 가격하락의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문산도 가격을 싸게 해서 팔면 되지 않느냐는 것인데, 일단 제 가격이 무너지면 제 가격을 회복하기가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해서 최근에는 가격폭락으로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 정도이고 일부 어가에서는 키조개 채취를 못하고 있으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일부 어민들도 현재의 가격(1미당 1500원)을 무시, 서해안산 가격으로 팔아 대출이자라도 갚아야겠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는 것.

결국 지금 키조개 산업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타개책으로, 혹자는 저가의 서해안산에 비해 품질이 월등한 득량만 키조개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혹자는 현재 추진 중인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더욱 서둘러야 하고, 현재 4∼5단계인 키조개 유통구조를 개선, 가격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누구는 대도시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고정적인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키조개의 전국 제1주산지로서 명성도 잇고, 생산 어민들의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는 최우선적인 방안은 키조개의 산업화이다. 이는 공무원 초년생도 익히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 군에서 키조개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키조개 가공산업을 전혀 추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5년부터 장흥군은 키조개 가공산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그 사업자를 공모해왔다. 그런데 시업자를 공모하면서 총사업비 10억원 중 자부담이 5억원이어서 이만한 자금을 부담해가면서 키조개 가공시업을 시도해 보려는 업자가 나타나지 많아 현재는 무산돼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진실로 장흥군이 키조개 가공산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지원금(5억원)을 더욱 확대해, 하루빨리 키조개 가공업자를 선정하여 키조개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 키조개 소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생이의 가공산업을 강진군에 빼앗겼듯이, 키조개의 가공업도 이웃의 고흥군이나 보성군 등에 그 선수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장흥의 매생이를 강진군 가공업자에게 대량으로 공급해 주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우스운 현실이 아닌가.

또 자칫 2,3년 후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장흥의 키조개를 고흥군의 어느 가공업자에게 공급해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이런 일이 관선 군수시절도 아닌 민선군수 시절에 일어나고 있는 있다.

장흥군이 아직도 낙후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현실과 맥을 같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억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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