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베이징에서 2월 25일 저녁, 차량으로 이동해 조양구 옥류관을 찾았다.

옥류관은 한국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신흥 주거지역인 왕징(望京)에 위치하고 있었다. 왕진은 5만여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 한국인 최대 밀집 거주지역이라고 한다.

이날 옥류관행은 당초 여행사 여정 중 예정에 없던 일이었고, 식대가 최소 1인당 2만5천원 (한화) 상당이어서 일행 중 희망자에 한해 10여명만 옥류관으로, 나머지 일행은 근처 한식당으로 옮겨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평양에 있는 그 유명한 옥류관 식당에서 운영하는 북경 분점이선지 이름도 '평양 옥류관 제1분점'이었다.

옥류관의 안내 리플릿에 의하면, 주요 요리는 평양랭면, 쟁반국수, 평양통배추김치, 활어회, 숯불고기를 비롯 중국의 저명한 광동요리 등이 서비스 된다. 식당은 고급스럽게 치장돼 있었고 식당 전면에 4,5평 남짓되는 무대가 마련돼 있었다.

식당의 총면적은 3200㎡, 건물은 4층으로 360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점심시간인 12시 30분과 저녁 7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접대원들의 화려한 전통 예술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가이드 황에 의하면, 접대원들의 사상적인 개방을 방지하기 위해서 3개월에 한 번씩 접대원들이 교체되고 식당 밖으로 외출도 금지된다고 하는데, 식사도중 접대원들의 표정이 밝고 하도 친절해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남한 동지들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힘들지 않습니다”며 티 없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식당 안의 테이블은 7시 2,30분이 되면서 꽉 찼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단다.

우리의 식단은 불고기류가 섞힌 한식단이었는데 배가 고프기도 했고, 김치 등 모두 우리가 즐겨먹던 한식단이어서, 북경에 와 가장 고급스럼게 먹은 저녁식사가 되었다.

외국여행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여행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음식시간이다. 중국의 모든 음식이 거의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기름에 튀기거나 볶거나 지진 것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기름을 많이 이용해 느끼하다. 어지간히 입맛이 무디지 않으면 반찬등에 숟가락을 대지도 못한다. 해서 중을 여행나온 한국인들은 거의가 한국에서 김치나 고추장을 들고나와 식탁에 올려놓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모든 음식에 향신료를 넣기 때문에 식사 후에도 종일 입안에서 향이 뿜어져 나올 정도다.

해서 한식 때만 되면 반찬부터 동이 날 정도다. 옥류관에서 식사도 여전했다. 너나없이 한식요리 반찬부터 배를 채우기에 정신들이 없다. 김치는 세번째로 식탁에 올랐지만, 접시에 김치가 남아있질 못했다.

맨 나중에, 한국에서처럼 고기 식사후에 공기밥이나 누릉지가 나오듯,냉면도 그렇게 서비스 되었다. 평양냉면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서울의 필동면옥이나 우래옥 냉면보다 맛이 못하다고 했지만, 분위기 탓이었을까, 거의 맛 있어 했다.

우리가 식당으로 들어간 시간이 저녁 7시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한복 등으로 갈아입고 나온 접대원들의 예술 공연이 시작됐다.



“반갑습네다, 반갑습네다, 동포 여러분, 동지 여러분 반갑습네다"로 시작하는 '반갑습니다'의 노래로 시작, 장구춤, 가야금 공연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북한노래와 한국노래, 중국노래가 번갈아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평양예술대학 등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갖춘 미모의

20대 초반 여성들로 춤과 노래 실력이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서너 명이 아닌 혼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경우, 예외 없이 무대 위에서 걸어 내려와 손님들 사이 사이로 걸으며 노래도 부르고 격의 없이 손님들과 악수도 하고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손님 중 누가 무대 앞에 마련된 꽃다발(조화)를 공연자에게 증정하면 꽃다발을 증정한 손님들과 기념촬영도 해주곤 했다. 그러나 그 꽃값으로 1만 3천원을 선불로 지불해야 한다.

일행 중 보성다향신문 최사장이 호기를 부려 기꺼이 꽃다발을 한 공연자에게 증정했고, 그 덕택에 우리 일행도 덩덜아 그 공연자와 어울려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옥류관의 고급요리에, 접대부들의 몸에 베인 친절함, 깨끗한 미모, 뛰어난 노래와 무용 실력 등이 한국인과 중국인을 끌어들이는 매력일 듯 싶었다. 그리고 그런 옥류관에는 '철저한 자본주의식 영업의 극대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옥류관은 지난 2004년 5월 1일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주 메뉴는 평양 냉면과 불고기. 그러나 이 두 메뉴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여겨, 중국인을 겨냥해 개발한 해삼찜, 북한의 특선요리인 동해 털게찜, 그리고 중국에서 유명한 광동요리, 최고급 요리인 송이버섯구이 등을 선뵈기 시작, 단시일내에 요리만으로 최고급 한국식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하루 총매출은 18만원, 한화로 2천4백만원 정도). 식사 중에 미모의 접대부들의 공연까지 서비스되면서. 이곳은 그들(북한)의 고급 먹거리와 그들만의 문화와 그들의 최고급요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특색 있는 최고급 식당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요리 전쟁터로 불리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하루에도 100여개의 식당이 생기고, 100여 개의 식당이 망해가는 요리의 격전지로 불리운다.

10년 전 베이징에서 전통 한정식집으로 시작한 '전주관'을 4호 지점까지 낼 정도로 성장했던 요식업의 스타 이창준씨가 지난 2002년 거액을 투자, 북경 시내 한복판에 1,000평 규모의 불고기집을 열었다가 거액의 빚을 떠안고 참담하게 실패했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일.

이처럼 피 말리는 요리의 전쟁터에서 생존의 비법을 터득해 가며 요리로 성공하고 있는 식당들이 바로 북한 식당들이다. 베이징에는 현재 북한식당의 대표격인 옥류관을 비롯, 월향관, 대선산관 등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처럼 북한식당이 대거 북경으로 몰리는 것은 기존의 북한식당들이 요리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베이징에서 당당하게 성공, 막대한 외화벌이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 북한요리의 성공의 정점에는 바로 '옥류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북한의 식당들 모두 다른 음식점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장점들, 이를테면 옥류관처럼 북한의 고급음식을 선보이면서도 미모의 여성들이 그들의 노래, 춤, 무용 등을 선보여주는,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 황의 말에 의하면, 지난 해 10월 '월향관'이 베이징에서 11번째로 문을 열었는데, 이곳에도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북한의 전문 요리사들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건너와 전통적인 북한 요리로 중국인의 입맛을 공략했고, 옥류관처럼 식사 중에 북한의 노래와 춤, 무용 등 북한의 문화를 서비스해 제2의 옥류관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베이징에서 북한의 식당들은 식당 영업의 극대화로 나름대로 성공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그 성공 이면에는 철저한 자본주의식 영업주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베이징 한국 교민들을 위한 잡지 및 정보지에도 북한의 식당들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그 광고 선전문구에는 "조선평양 30년 경력의 료리사와 아름다운 처녀들의 봉사로 확실한 맛과 서비스..."(사진) " 새롭고 귀여운 접대원들의 새롭고 최상의 써비스로..."등의 문구가 보이기도 한다. 실로 놀라운 공격적인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베이징의 식당 광고 문안에는, 한국의 여느 술집 홍보 문구와 비교해도 손색(?) 없어 보이는 문구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2월 下'에 발간된 ‘코리안’이라는 잡지 100페이지에도 '평양 월향관'에 대한 광고가 실렸는데, "잔치, 환갑, 아이돐, 대형모임, 연회석,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점심공연 12: 30분부터 시작"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이처럼 베이징 북한 식당에서는 한국 못지않은 자본주의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식당문을 나서다 보니, 아니러니하게도 북한을 대표하는 '옥류관' 건물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그룹의 광고판이 부착 돼 눈길을 끌었다. 가로 25여m, 세로 10여m 크기의 대형 건물은 옥류관 전용 빌딩이라는데, 홍보용 옥외 광고판이 부착된 것은 삼성 단 하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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